학교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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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석가세존께서 출가하여 성도하지 않으셨다면 아시타 선인의 예언대로 전륜성왕이 되어 천하 백성들을 다 아우르고 복되게 하고 한 세상의 부귀영화를 만인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전설상의 태평성세를 이루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석가모니 부처님은 전륜성왕의 보위를 버리시고 궁성의 담을 넘어서 출가를 결행하셨습니다. 이 세상 모든 덧없는 것을 등지고 집착의 집을 뛰쳐나오신 것입니다.

석가세존께서 갓 출가하여 구도의 행각길에 마가다국을 지날 때였습니다. 당시 인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이던 마가다국의 왕 빔비사라가 하루는 궁성에서 저자거리를 내려다보다가 문득 어떤 사람을 발견하고 눈을 번쩍 떴다. 사문이었습니다. 위의가 엄정하고 모습이 거룩하며 가히 그 몸에 대도를 담을 만한 위대한 수행자였습니다. 급히 성밖에 나가 그 사문에게 예를 올리고 나서 왕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사문이여, 내가 그대에게 이 왕국의 반을 줄 테니 출가수행의 길을 접고 이 나라를 나와 같이 다스려주지 않겠는가?”

그러자 그 사문이 바로 고타마 싯달타이셨습니다. 자신은 이미 카필라국위 태자로서 왕이 될 분을 포기하고 이 세상에 무상하지 않은 진리를 구해서 길 떠난 출가자임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빔비사라 왕은 나라의 반으로는 혹 부족해서 그러지 않는가 싶어, 그럼 나라 전체를 다 줄 테니 자신을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려주지 않겠냐고 또 물었습니다.

싯달타는 역시 이번에도 정중하지만 단호히 사양하셨습니다.
빔비사라 왕은 아쉬운 나머지,
“그대가 진실로 구도자다운 발심을 갖춘 듯하니 그대는 꼭 대도를 성취할 것이오. 언젠가 도를 이루게 되거든 부디 나를 잊지 말고 꼭 먼저 제도해주시오.” 하고 청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부처님은 대도를 성취한 후, 빔비사라 왕을 재가의 제자로 맞아들여 도를 가르치고 수다원과를 증득하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출가하는 것은 세상의 부귀영화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배불리 먹고 따뜻이 입고 또 사람들에게 얼마 되지 않은 존경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서산대사께서 말씀하셨듯이, 오직 몸소 삼계를 뛰어나서 삼계의 고통에 휘말려 윤회하는 육도의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다.
법구경에는,
‘현상계의 선과 악을 초월하여
범행을 갖추고
지혜로 세상을 지나는 나그네,
그를 일러 진정한 비구라 한다.’는 말씀이 있다.
이 세상에는 가치 있는 것도 많고 옳고 그름 따져봐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만사는 한 평생은 잠깐 사이에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그 옳고 그름을 다투고 귀하고 천한 것을 가렸던 것도 또한 덧없고 보잘 것 없었음을 알면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실로 진리가 주는 영원한 행복을 찾는 자라면, 비록 출가수행의 길을 가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마음 안에서 선과 악을 잘 알아 초월하고, 덧없는 것과 영원한 것을 가려 알아 보며, 출리의 마음, 즉 출가의 마음을 갖추는 것입니다.

오늘날은 출가자의 자세가 많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정한 출가는 출리의 마음, 즉 출가자의 마음을 확고히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서 출가자들의 행태가 지탄을 받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출가는 못될 것입니다. 이런 출리의 마음을 갖추지 않고 머리 깎고 출가자가 되었다하더라도, 마음속에 탐욕이 들끓고 아만에 빠져, 구도의 길을 순탄하게 갈 수 없고 그 길에서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출가의 보람이나 부처님이 약속하신 해탈과 열반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겠지요. 속세에 살지라도 출리심이 이루어져서 세상의 헛된 것들에 크게 뜻을 두지 않고 욕정이 담박하며, 진실로 지고의 가치를 가진 해탈과 열반을 꿈꾸고 찾는 이라면, 참으로 발심한 장부라고 할 수 있고 출가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진정한 출가를 결행한 사람은 진정으로 자기가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잃지 않고 굳세게 자신의 길을 갈 것입니다. 애착이 없어서 구하는 것도 없고 근심도 없으며 안팎으로 걸림도 없다. 그 가운데 하루하루가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구도의 여정이고, 또 중생들에게 자기가 가는 그 자취로써 길을 열어 보여 다함께 저 부처님의 대열반을 향해 가도록 이끌어갈 것입니다.
안심정사 출가학교장 합장